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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하지만, 다능하지 않은.
by 슈퍼노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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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벨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6.03
    젤리 벨리 미니머신
1. 1999년인가.. H 웹사이트 만들 때..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날이 한창 더운 여름이었다고들 한다. 나는 그 때 얼마나 더웠는지 잘 모른다. 새벽에 출근하고 늦은 저녁에 퇴근하고.. 계속 서늘한 전산실에서만 앉아 있었으니.. 오히려 점심 먹으러 나갈 때 햇볕이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2. 그 때 뭐냐.. 사람이 부족한 나머지 주변에 좀 실력있는 사람없느냐 해서 같은 과의 오 모양을 추천했었는데, 사무실 사람들이 여자가 온다고 되게 좋아했었다. 그런데 막상 오 모양께서 다른 일이 생겨 급하게나마 임 모군을 대타로 데리고 갔는데 사람들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나한테 "실망이예요" 를 연발하던 기억이 문득 난다.-_-;;

3. 내가 하는 일은 보잘 것 없었지만,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사회 생활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4. 내가 출근한지 며칠 안 되어서 어느 디자이너 누나가 나에게 물었다. K대 출신 아니냐고.. 나중에 알았지만 그곳은 대부분 K대 출신이나 학생이 많았다. 다들 인맥으로 사람을 구하다 보니 프로그래머의 대부분은 K대 출신이었고 나하고 팀장만 학교가 달랐다. 음.. 인맥이란.

5. 그곳에는 병역특례요원이 한 명 있었다. 키도 크고 잘 생기고 성격 좋고 여자친구도 슈퍼모델 출신이고 집안도 부유했다. 그런데 일이 어려울 때마다 하는 말이 "차라리 훈련 받는게 낫겠다" 였다. 그 때 나도 정신적 스트레스와 압박이 상당했었는데.. 그 말 듣고 나도 군대 그냥 갈까부다 생각했다.

6. 그 곳의 부장은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일도 그렇고 돈 문제도 그렇고.. 예를 들어, 사무실에 공간이 부족해서 수석디자이너(실장)가 비어 있는 다른 부장의 자리를 쓰겠다고 하자 단호히 거절했다. "그 자리는 부장급만 앉는 자리입니다."

7. 어느 날 H 그룹 홍보과와 프로젝트팀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다. 홍보과장이 웹사이트의 디자인을 맘에 안 들어 하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 쪽 책임자였던 부장은 홍보과장한테 쩔쩔매면서 이러면 안 될까요 저러면 안 될까요 굽신굽신.. 우리는 디자인을 바꿔야 하나 어쩌나 그러고 있는데 병역특례요원이 나섰다. 홍보과장의 말을 논리적으로 맞받아치면서 우리 입장을 잘 얘기하니까, 홍보과장이 고분고분해지며 결국 물러났다. 그 때 누군가 이야기했다 "저 형 도대체 못하는게 뭐야??"

8. 홍보과장은 H 회장의 딸이다.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회장 딸의 모습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거만한 미소, 빠지지 않는 외모, 자연스러운 여유, 그리고 그 뒤를 쫓아다니며 수행하는 여직원 한 명. 그러는 그녀에게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니..
당시 홍보과장이 쓰는 모니터가 19인치였는데, 해상도는 800 600
-_-;

9. 당시 팀장은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였다. 삐쩍 마른데다가 검은테 안경을 쓴.. "아 저 사람 컴공이네" 말이 자연히 나올만한 스타일이었다.(같은 공대라도 컴퓨터공학도와 기계공학도는 다르다.)
DB 설계를 이 사람이 맡았는데, 이 사람이 DB 설계안을 내놓자 전산센터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 DB 구조가 너무 어렵고 구현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에는 전산센터 사람들이 하자는대로 하게 되었지만.. 나중에 병특 형이 팀장을 위로해주었다. 그 사람의 DB 설계안을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으니까.
그 때 병특 형이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그 사람들의 수준에 맞춰 주어야 한다고 했다."
수준 낮은 사람들을 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힘들다.(간혹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차라리 내가 수준을 낮춰서 대해주는게 낫다.

10. 아마 일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계단내려가다가 디자이너 누나가 다리를 삐었다. 겉으로 보면 되게 차분해 보이는데 행동은 안 그래서 항상 다치고 아프고 그랬다.-_-; 암튼 디자이너실장과 같이 병원 응급실에 디자이너 누나를 데리고 갔다. 디자이너실장은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다른 곳으로 가고 내가 디자이너 누나를 지키게 되었는데, 간호사가 달려온다. "환자 보호자 되시나요?" "네..? 네.-_-;" "어디가 다쳤죠?" "네. 계단 내려가다가 어쩌구저쩌구..-_-;" "임신 중인가요?" "... 누나 임신 안했죠? 아마 안 했을 꺼에요^^;; 하하하~"
아.. 잠시 썰렁해지는 응급실;;;

Bonus. 이미지 작업도 했었는데 그 때 우연히 젤리벨리를 보게 되었다. 이미지 작업은 고해상도의 이미지 파일로 하게 되는데 흰 바탕에 알록달록한 젤리들이 모니터 화면을 둥둥 떠다니니 이거 원..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며칠 후에 젤리벨리를 9천원어치 사서 단번에 다 먹었다.-_-;
그러다가 젤리벨리 머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갖고 싶었으나 구할 길이 없어 포기하던 중..
몇년 전에 젤리벨리 미니머신을 샀다. 100원을 넣고 돌리면 젤리빈이 4~6개 정도 나온다.^^ 스스로를 자제할 수 있어서도 좋고 보기에도 적당히 예쁘고~ 저금기능까지-_-;;
고등학교 졸업하면서부터 단맛나는 것은 잘 찾지 않게 되었는데, 유일하게 일부러 찾아 먹는 것이 젤리벨리다. 으으.. 너무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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